분산투자를 하면 정말 위험이 줄어들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자산을 그냥 여러 개로 나누기만 하면 위험이 줄어드는 건지, 어떤 원리로 줄어드는 건지는 의외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3줄 요약
- 분산투자는 성격이 다른 여러 자산에 돈을 나눠 담아, 한 자산에서 생긴 손실을 다른 자산에서 상쇄하려는 방법이에요.
-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끼리 섞을수록 효과가 크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끼리 섞으면 나눠 담아도 위험은 잘 줄지 않아요.
- 회사나 자산 하나만의 사정으로 생기는 위험은 분산으로 줄일 수 있지만, 금리나 경기처럼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은 나눠 담아도 그대로 남아요.

01이 말이 무슨 뜻인가
분산투자는 가진 돈을 한 자산에 몰아넣지 않고 성격이 다른 여러 자산에 나눠 담는 방법을 가리켜요. 국내 주식 한 종목에 돈을 다 넣는 대신 해외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처럼 서로 다른 값으로 움직이는 자산에 나눠 넣는 식이에요.
투자에서 말하는 위험은 손실이 날 가능성만 뜻하지 않아요. 수익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도, 낮게도 튈 수 있는 그 변동폭 자체를 위험이라고 부르고, 이 변동폭이 얼마나 큰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표준편차예요. 표준편차가 큰 자산일수록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르내릴 가능성이 큰 자산이라고 보면 돼요.
여러 자산을 섞으면 이 변동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자산들이 같은 시점에 똑같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한 자산 값이 떨어질 때 다른 자산이 버티거나 오히려 오르면, 그 둘을 합친 전체 값의 오르내림은 개별 자산보다 완만해지는데, 두 자산이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숫자가 상관계수예요.
| 상황 | 무슨 일이 생기나 | 분산투자 효과 |
|---|---|---|
|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끼리 섞을 때 | 한 자산이 떨어지면 다른 자산도 함께 떨어져요 | 위험이 거의 줄지 않아요 |
|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끼리 섞을 때 | 한 자산이 떨어져도 다른 자산이 버티거나 올라요 | 전체 변동폭이 줄어들어요 |
| 회사나 자산 하나만의 사정으로 생기는 위험(비체계적 위험) | 그 회사만의 악재나 사고로 값이 흔들려요 | 여러 자산에 나눠 담으면 상당 부분 사라져요 |
| 금리·경기·환율처럼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체계적 위험) | 시장에 있는 자산 대부분이 함께 움직여요 | 아무리 나눠 담아도 남아있어요 |
02왜 이런 게 생겼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투자 이론이 자리 잡기 훨씬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경험칙이었어요. 다만 이 말은 나눠 담아야 한다는 결론만 알려줄 뿐, 왜 그런지, 얼마나 나눠야 하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했어요.
이 경험칙을 숫자로 증명한 사람이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예요. 1950년대에 그는 자산을 어떻게 섞으면 같은 기대수익률에서 위험을 가장 낮출 수 있는지를 수학으로 풀어냈고, 이 연구로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그의 이론은 현대 자산운용의 기본 틀이 됐어요.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큰 기관들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까지 나눠서 운용하는 것도 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한 결과예요. 국민연금 기금 역시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로 자산군을 나눠 운용하는데, 개인 투자자에게도 규모만 다를 뿐 같은 원리가 그대로 적용돼요.
03숫자로 보면 어떤가
그런데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분산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요.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 가운데 ETF를 사지 않는 투자자는 평균 3.9종목을, ETF에 투자하는 사람은 평균 7.7종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처음 투자를 시작한 사람일수록 이런 쏠림이 심해요. 신규 투자자 가운데 3종목 이하만 보유한 비중이 73%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투자 자산이 적을수록 보유 종목 수가 더 적은 경향을 보였어요.
다만 종목 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에요. 국내 코스피 종목 열 개를 나눠 담아도 다들 국내 경기에 함께 흔들린다면 분산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국내 주식 두세 종목에 해외 채권을 더하는 쪽이 훨씬 안정적인 조합이 될 수 있어요.
04자주 헷갈리는 것
종목 수를 늘리는 것과 분산투자를 같은 말로 여기기 쉬워요. 같은 업종, 같은 나라의 주식을 열 개, 스무 개로 늘려봐도 그 주식들은 대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종목 수만 많을 뿐 실제로 위험이 나눠지는 효과는 크지 않아요.
비체계적 위험과 체계적 위험을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분산투자로 줄어드는 건 그 회사나 자산만의 사정으로 생기는 비체계적 위험이고,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처럼 시장 전체를 흔드는 체계적 위험은 아무리 자산을 나눠 담아도 그대로 남아 있어요.
분산투자를 하면 손실이 아예 안 난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어요. 분산투자는 위험을 줄여주는 방법이지 없애주는 방법이 아니라서,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시기에는 여러 자산에 나눠 담았어도 전체 자산이 함께 줄어드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요.
05언제 내 일이 되나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려 한다면 관심 가는 종목 몇 개만 담기보다, 성격이 다른 자산을 함께 담아보는 편이 안전해요. 국내 주식만 여러 개 사는 대신 해외 자산이나 채권처럼 국내 경기와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하나쯤 섞어두면, 국내 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에도 전체 자산이 한꺼번에 크게 줄어드는 상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돼요.
이미 여러 종목을 갖고 있다면 한 번쯤 포트폴리오를 열어서 내가 가진 자산들이 실제로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지 확인해볼 만해요. 같은 업종이나 같은 나라 자산에 쏠려 있다면, 종목 수는 많아도 분산 효과는 생각보다 작을 수 있어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 분산투자는 성격이 다른 자산에 나눠 담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에요.
- 종목 수를 늘리는 것과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 분산투자는 위험을 줄여주는 방법이지 없애주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두세요.


